제주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의 첫 재판이 1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1시간20분 만에 끝났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고유정은 수감번호 38번이 적힌 푸른색 계열 죄수복을 입고 등장했다. 긴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채 고개를 약간 숙인 모습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변호인을 대동해 법정에 선 고유정은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전 남편 강아무개씨(36)가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강씨의 강한 성욕을 강조하며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피해자 측에 돌렸다.
고유정 측은 아들과의 면접 교섭이 이뤄지는 동안 강씨가 고유정에게 스킨십을 유도하기도 했고, 펜션에 들어간 뒤에도 수박을 먹고 싶다는 아들이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싱크대에 있던 고유정에게 다가가 갑자기 몸을 만지는 등 성폭행을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해자 변호인 측은 “피고인 측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방적인 진술을 다수했다”며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진술을 한 부분에 대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마치 고인을 아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러한 주장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유정은 공판 시작 후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만 짧게 답했을 뿐,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날 법원에는 이른 시간인 오전 5시30분쯤부터 많은 시민이 몰려들었다.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방청권을 얻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